그냥 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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랩이 무지무지 싫었던 때가 있다.

내가 랩을 좋아하고 나서 날 알게된 사람들은 예상할 수 없는..
그런 시절이 나에게 있었다.

멜로디도 없는것이 뭐라고 싸대는지 알아듣지도 못하게 지껄이는거..
멋대가리도 없는게 온갖 폼을 다 잡으며 삿대질하는 재수없는거..

한마디로 말해서..
시끄럽고 듣기 싫은 거.. 랩이란 그런거였다.

고1때였다. 애니음악을 듣다 슬슬 멀어져가는 시기..

나우누리에서 엄청 밀어주던 인터넷 가수..
자작 mp3를 만들어서 가수까지 되어버린 한때 장안의 화제였던..

'조PD'라는 남자의 음악을 접하면서 나는 랩에 익숙해졌다.


사실, 랩인지도 몰랐다. 아니, 누군지도 몰랐다.
친구가 보내주었기에 처음들어본 Break Free가 화근이었던거지..

가사에 욕이있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어찌 노래에서 욕을 할 수가 있단 말이냐. 정말 그때까진 엄청 멍청스러웠던 나였다;;

'좆/졸라'는 기본이었고.. '개새끼 / 씹새끼'까지도 아무렇지 않게 내뱉었다.
너무 웃겼고 신기했다. 어찌 노래에 욕을 할 수가 있단 말인가..

다른 곡에도 욕이 있나.. 어떻게 했을까..하는 궁굼증이 들었다.
전곡을 받아서 들었다. 욕이 있어서.. 단지 그 이유 하나로 재미있었다.

그게 그리 대단하고 특이한게 아니란거.. 지금은 잘 알지만..
음악에 관심이 없던 그 당시 나에게는 정말 신기할 뿐 이었고 신선한 충격이었다.

재미있어서 따라부르고 싶어서 가사도 외우고 내가 그렇게도 싫어하던 랩을..
내 입으로 따라부르기 까지 했다. 난 그렇게 랩이 익숙하게 되었다.

조중훈씨를 만나게 된다면 정말 정중히 감사의 마음을 표하고 싶다.


그렇게 랩이 재미있는 거라는걸 알게되었을 무렵..
이건 운명의 장난인지 랩이란게 마구마구 나오기 시작했다.

드렁큰타이거라는 골때리는 이름의 남자 두사람이 나와서 오도방정을 떨질 않나..
2MC라는 반짝가수(일스킬즈의 리오가 있던 그룹)도 나왔고.. 인터넷을 돌아다니면서 이상한것까지;; 다 들었다

얼마 안가 나를 '힙합'의 똥통으로 빠뜨린 화제작이 나와버렸다.
"1999 대한민국"이라는 타이틀의 힙합 컴필레이션 앨범.

그게 뭔소린지 그땐 몰랐다. 그냥 힙합이라는데 업타운이나 DT 같은 애들을 빼고는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애들이 바글 거렸다. 그때만해도 조PD, DT, YG(-_-)가 힙합의 전부라고 생각했었던 나였단 말이다.

모르는거다. 모르는거.. 테잎을 사서 들었다.
"씨발 졸라 좋잖아" 서태지 테잎도 이정도로 듣지는 않았을 거다..

정말 미치도록 계속 들었다. 정말로 테잎이 병신이 될때까지 계속 들었다.
그정도로 너무 좋았기 때문에.. 지금도 그 앨범 수록곡 중 영어를 재외하고는 다 외우고 있다.

또 얼마 지나지 않아서 1999 대한민국 앨범에서 가장 비중이 컸던..
'허니패밀리'라는 종족들이 모여서 앨범을 내놨다. 졸라 좋았다. 뭣도 모르고 빠졌다.
그리고 나우에 허니패밀리 팬클럽에 가입했다. 

지금은 허니패밀리에 별 관심이 없지만.. 정말 이들도 만나면 내가 진짜 정중히 감사를 표하고 싶다.
내게 정말 커다란 복을 준 가수.. 내 인생에 있어서 정말 소중한 만남을 갖을 수 있었던거...

나우누리 허니패밀리 팬클럽의 친구들.. 그들을 내 삶에서 뺄 수 없다..
고2때 알게되어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소중한 친구들.. 잊을 수 없다..

얘기가 딴길로 흘렀다. -0-;;


그렇게 허니패밀리를 좋아하게되면서.. 랩에 아주 미치다 못해 맛이가버렸다.
랩없이는 살 수가 없을정도로.. 다른 음악은 필요가 없었다. -_-;
(98년에 발매된 서태지 첫 솔로 이야기는 여기서 빼도록 한다.)

1999 대한민국, 허니패밀리.. 이 두 앨범만으로 미쳐버린 힙합이라는 장르..
이젠 꼴에 자작까지 하기 시작했다. 비트를 만들고 가사를 적어서 마이크 들고 집에서 녹음을 한다.

그리고 또 한장의 앨범을 맞이한다. 1999 대한민국의 후속작..
2000 대한민국.. 그때 나는 처음으로 '언더그라운드'라는 것을 알았다.

Master Plan 이라는 언더 힙합 최고라고 하는..(-_-;;;)
그 클럽도 알게되었고.. 모임 애들과 쌔빠지게 MP에다 돈을 퍼부었다.

"아- 언더가 최고구나!"

시간이 지나면서 모임에서 나름대로 창작을 하던 친구들과 모여서 우리끼리 주최한..
창작 공연도 했었다.. 대박은 아니었지만 정말 잊을 수 없는 기억..

나는 그렇게 미치도록 한국놈들의 랩을 들어재꼈다..
가릴거는 없었다. 뭐든 다 좋았으니까..

쥔장입니다. 미서부 오리건에 숨어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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