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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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을 보면 종이책을 읽는 사람이 부쩍 줄어든 것 같다. 필자 역시 직업상 신문이나 잡지 등을 꾸준히 보고는 있지만 책은 예전처럼 많이 읽기가 어렵다. 시간이 나면 제일 먼저 책을 집어들던 습관이 이제 컴퓨터를 켜는 습관으로 바뀐 것이다. 그렇다 보니 책을 읽은후 뿌듯한 감동을 느낀지도 꽤 오래전 일이 됐다.

좋은 책을 읽었을 때의 감동은 느껴본 사람은 모두 안다. 하지만 필자처럼 그 느낌을 알면서도 책을 펼치기가 쉽지 않게 돼버린 사람이 많을 것이다. 왜일까.

금속활자 혁명으로 전성기를 맞게된 종이책은 20세기 초반까지 지식과 정보를 대량으로 생산하고 공급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으로 인류 역사와 문화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했다. 독점적 문화상품으로 한동안 대중의 사랑을 독점하다시피 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후 라디오·TV와 같은 매체에 이어 인터넷이 등장하고 확산되면서 전통적인 종이책의 위상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인간이 정보 습득에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이 한정돼있는 상황에서 뉴미디어의 확산은 올드미디어를 어느정도 위축시킬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단순히 텍스트만 생각한다면 인터넷 세대는 예전보다 훨씬 많은 양의 텍스트를 소화하고 있다. 보통 사람이 각종 게시판과 포털, 뉴스사이트 등을 통해 하루에 접하는 텍스트는 예전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많은 양이다. 정보의 홍수라고 하지만 다른 말로 읽을거리의 홍수라고도 할 수 있는 시대다. (인터넷 정보는 아직까지 대부분이 텍스트이기 때문에)

인터넷 구조는 정보 취득 측면에서 책보다 유리한 형태를 갖고 있다. 사람들은 하이퍼텍스트로 거대하게 얽혀있는 정보 중 자기가 원하는 것을 뽑아서 읽고 즉각적으로 소화하는 패턴을 갖게 된다. 반면 책은 그 성격에 따라 다양하긴 하지만 대체적으로 어떤 것을 얻으려면 일련의 단계적인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인터넷에서 정보 얻기에만 익숙한 사람이 보기에는 정말 비효율적일 수 있다.

하지만 필자는 바로 여기에 함정이 있다고 생각한다. 즉 인터넷에서는 ‘자기가 알아야 한다고 믿는’ 지식만을 선택해 섭취하게 된다.

속도를 최고의 덕목으로 하는 사회에서 미덕일 수 있지만 그렇게 쌓인 지식은 결코 지혜로 승화될 수 없다. 봉투만 뜯으면 되는, 요리하기 편한 인스턴트 식품만 골라 먹고 자란 세대가 몸집만 비대했지 속은 알차지 못한 것과 마찬가지다.

책이란 첫 머리글에서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었을 때 그 감동을 고스란히 간직할 수 있다. 온전한 한 권의 책에서 얻을 수 있는 지식은 얄팍한 지식검색과 하이퍼링크를 따라 여기저기 건너뛰며 얻은 지식에 비할 바가 아니다.

또 세월이 지나 그 책을 다시 읽었을 때 우리는 그 기간만큼의 성숙함과 변화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을 받고 전혀 다른 의미를 깨닫게 된다. 인터넷에 산재한 텍스트들이 가진 일회성·즉각성과 극명히 대비된다.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책의 매력을 아는 사람조차 점점 더 책을 집어들기가 어려워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는 일을 마치고 집에 와서 자유로운 휴식시간이 되면 어김없이 컴퓨터를 켠다. 아마 컴퓨터를 사용하는 대부분의 사람이 마찬가지일 것이다.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에 접속하면 무한한 정보가 펼쳐진다. 하루만 인터넷에 접속하지 못해도 그 사이에 나를 지나쳐버릴 수많은 정보를 생각하면 불안해진다. 이 중독증세가 바로 책을 펼쳐들기 어려운 이유다.

책은 늘 거기있지만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는 오늘을 놓치면 또다른 정보에 밀려 금방 까마득히 깊은 곳으로 파묻히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막연한 정보소외 불안감으로 사람들은 저녁먹고 컴퓨터 앞에 앉으면 잠자리에 들기까지 자리를 뜨지 못하게 된다. 꼭 책을 보기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인터넷 이용자라면 이 같은 불안감은 극복하고 스스로 인터넷을 통제할 줄 알아야 한다.

오늘부터라도 평소보다 한시간 일찍 컴퓨터를 끄고 잠자리에 들기 전에는 책을 펼쳐볼 것을 제안한다. 며칠 해보면 금방 알게 되겠지만 매일매일 확인하지 않고는 배기지 못했던 인터넷의 수많은 정보 중 태반은 그냥 모르고 지나쳐도 되는 것들이다.


출처 : ZDNet - 이승휘 (컬럼니스트)..

쥔장입니다. 미서부 오리건에 숨어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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